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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업은 배수아의 《작별들 순간들》의 한 부분에서 시작된다.
'하나의 문학작품이 또다른 작품을 연상시키는 방식은 개인의 독서 경험에 기반한 우연이다. 예를 들면 나는 예전에 뒤라스의 소설 《모데라토 칸타빌레》를 읽는 순간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욕망》을 떠올렸다. 한 아이의 어머니이기도 한 소설 속의 두 여성이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두 작품의 언어의 톤이 그토록 다름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작품은 다른 작품이 말하지 않은 것을 이야기하고 하나의 작품은 다른 작품의 파동을 이룬다. 하나의 작품은 다른 작품의 내면화하는 읽기이다.'
최근 몇 해간 접한 각기 다른 작품 및 텍스트들이 '조심하는 마음'으로 나의 안에서 서로 연결되고, 확장되어, 일련의 파동을 이룬 나의 내면화하는 읽기의 경험에 대한 기록이다.





……그러면 오무사 이야기를.

오무사?

무재씨는 오무사를 모르나요?

네.

오무사라고, 할아버지가 전구를 파는 가게인데요. 전구라고 해서 흔히 사용되는 알전구 같은 것이 아니고, 한 개에 이십 원, 오십 원, 백 원가량 하는, 전자 제품에 들어가는 조그만 전구들이거든요. 오무사에서 이런 전구를 사고 보면 반드시 한 개가 더 들어 있어요. 이십 개를 사면 이십일 개, 사십 개를 사면 사십일 개, 오십 개를 사면 오십일 개, 백 개를 사면 백한 개, 하며 매번 살 때마다 한 개가 더 들어 있는 거예요.

잘못 세는 것은 아닐까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요. 하나, 뿐이지만 반드시 하나 더, 가 반복되다 보니 우연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어느 날 물어보았어요. 할아버지가 전구를 세다 말고 나를 빤히 보시더라고요. 뭔가 잘못 물었나 보다, 하면서 긴장하고 있는데 가만히 보니 입을 조금씩 움직이고 계세요. 말하려고 애를 쓰는 것처럼. 그러다 한참 만에 말씀하시길, 가지고 가는 길에 깨질 수도 있고, 불량품도 있을 수 있는데, 오무사 위치가 멀어서 손님더러 왔다 갔다 하지 말라고 한 개를 더 넣어 준다는 것이었어요. 나는 그것을 듣고 뭐랄까, 순정하게 마음이 흔들렸다고나 할까, 왜냐하면 무재 씨, 원 플러스 원이라는 것도 있잖아요. 대형 마트 같은 곳에서, 무재 씨도 그런 것을 사 본 적 있나요.

가끔은.

하나를 사면 똑같은 것을 하나 더 준다는 그것을 사고 보면 이득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그게 배려라거나 고려라는 생각은 어째선지 들지 않고요.

그러고 보니.

오무사의 경우엔 조그맣고 값싼 하나일 뿐이지만, 귀한 덤을 받는 듯해서, 나는 좋았어요.




해 보세요, 가마.

가마.

가마.

가마.

가마.

이상하네요.

가마.
가마. 라고 말할수록 이 가마가 그 가마가 아닌 것 같은데요.

그렇죠. 가마.

가마.

가마가 말이죠. 라고 무재 씨가 말했다.

전부 다르게 생겼대요. 언젠가 책에서 봤는데 사람마다 다르게 생겼대요.

그렇대요?

그런데도 그걸 전부 가마, 라고 부르니까. 편리하기는 해도, 가마의 처지로 보자면 상당한 폭력인 거죠.




마음을 살리려는 이야기에 어찌 되었든 살아야 한다는 당위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이 이야기에도 관계 맺기를 위해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의무 사항 - '정우는 거짓말을 하는 대신 외로움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고 도움을 요청해야 했다' '조는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의 오래된 상처에 대해 털어놓아야 했다'"나는 조에게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현해야 했다 - 같은 것은 전혀 없다. 도마뱀이 사라지지 않았다면 모르는 사람의 집에 찾아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처럼, 작가는 계획이나 의지와 무관하게 불시에 생성되는 관계를 그려 낸다. 그리고 상대를 향한 열렬한 감정 없이도 안전하게 기댈 수 있을 만큼 기울어지는 순간이 있음을 이야기한다.
'조가 품고 있는 과거의 사연을 캐묻지 않은 채 계속 궁금해하며 곁에 머무는 '나의 마음, 나는 이 정도가 보통의 우리들이 감당할 수 있는 적절한 마음의 크기라 생각했다. 서로 다른 시간을 통과하며 생겨난 감정의 맥락과 마음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고 싶어 하는 건 어쩌면 해석의 욕망에 더 가까울 테니까. 상처를 짐작하고 그 때문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배려하면서("같이 가자 (153쪽), "같이 있어 줄까. (17쪽) 가까워졌다 떨어졌다를 왕복하는 일이 이 마음이 수용할 수 있는 관계의 범위일 것이다.